핵심 요약
레이저·초음파 등 의료기기를 이용한 한의원의 피부미용 시술이 확산되며 의사·한의사 단체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2025년 7월 기준 PDRN 주사제가 전국 626개 한의원에 공급됐고, 한의원 약침 시술가는 피부과 재생 주사의 최대 5분의 1 수준이다. 다만 미용 시술기기의 적법성은 아직 대법원에서 정리되지 않은 회색지대다.
검색창에 '연어 약침'을 입력해 보라.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명 재생 주사 제품명을 연상시키는 이름을 내건 한의원 홍보 글이 쏟아진다. 피부과에서 30만 원이 넘는 시술을 훨씬 낮은 가격에 받을 수 있다는 소구다.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한의원에서는 더 싸던데요"라는 말을 들어본 원장이라면, 이미 이 변화가 검색창 속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진료권 안까지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안다.
미용은 오랫동안 개원가의 '마지막 안전지대'로 여겨져 왔다. 급여 진료의 수익성이 떨어질 때마다, 도수치료 같은 비급여 항목에 규제가 들어올 때마다, 개원 전략의 결론은 자주 미용으로 수렴했다. 그런데 지금, 그 안전지대의 국경선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번 호는 이 갈등의 구조를 해부하고, 개원가가 읽어야 할 신호를 정리한다.
PART 1
이슈의 해부 — 숫자가 말하는 것
갈등의 도화선은 이른바 '연어 약침'이다. 일부 한의원이 연어 DNA 기반 성분인 PDRN·PN을 '약침' 형태로 피부에 주입하는 시술을 확산시키면서다. 국회에 제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PDRN 주사제가 전국 626개 한의원에 2,234개 공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소수의 일탈이 아니라 하나의 시장이 형성됐다는 뜻이다.
같은 성분 계열, 다른 가격표
언론 보도 기준, 한의원의 PDRN·PN 계열 약침 시술가는 피부과 재생 주사 대비 적게는 3분의 1, 많게는 5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고물가 속 가성비를 따지는 2030 수요가 이동하는 배경이다.
의협 측은 5월 기자회견에서 실제 한의원에서 쓰이는 앰플을 공개하며, 원외탕전실에서 제조된 약침액에 성분 표시가 없다는 점을 안전성 문제로 지적했다. 이 갈등이 하루아침에 불거진 것은 아니다. 타임라인을 보면 방향이 보인다.
2022. 12
대법원 전원합의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사건 판결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새 판단 기준이 제시됐다. 이후 뇌파계 사건은 대법원에서(2023.8),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 사건은 하급심 무죄 후 검찰의 상고 포기로(2025.1) 각각 한의사에게 유리하게 마무리되며, 한의계의 의료기기 활용 확대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2025. 07
PDRN 주사제, 전국 626개 한의원 공급 확인
심평원 자료 기준 2,234개 공급. '연어 약침' 시술이 개별 사례를 넘어 시장 단위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2025. 12
의협 한특위-한의협, '피부미용 기기 합법성' 정면 공방
한의협이 '레이저 및 에너지 기반 피부미용기기 사용법' 보수교육을 홍보하며 전문성을 주장하자, 의협 한특위는 대법원 판례 중 레이저 등 의료기기의 한의사 사용을 인정한 것은 없다며 입장문으로 반박했다.
2026. 05. 07
의협 한특위 + 성형외과·피부과 4개 학회·의사회 공동 기자회견
5개 단체가 한의원의 PDRN·PN 약침 시술을 면허 범위를 벗어난 불법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정부의 관리·감독을 촉구했다.
2026. 07. 10
7개 미용학회, 의료기기 업계에 공동 경고 성명
일부 업체가 한의사·치과의사 대상 레이저·EBD 교육과 판매에 나서자, 대한리프팅학회 등 7개 학회가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파트너십 중단까지 경고했다. 전선이 직역 간 갈등을 넘어 산업계로 확대된 순간이다.
PART 2
두 개의 법전 — 양측은 무엇을 근거로 싸우나
이 갈등이 쉽게 끝나지 않는 이유는, 양쪽 모두 나름의 법적 근거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논리를 정확히 아는 것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실전 정보의 문제다. 지금 시장에서 무슨 일이 왜 가능한지를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의료계
"면허 범위 밖,
명백한 불법 의료행위"
- PDRN·PN은 현대의학 원리로 개발된 산물이며, 인체 주입은 단순 약침이 아닌 고도의 의학적 시술이라는 입장
- 2022년 대법원 판결은 초음파를 '진단 보조수단'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일 뿐, 치료용 기기나 레이저 사용까지 인정한 판례는 없다는 논리
- 원외탕전실 제조 약침액의 성분 미표시 등 안전 관리 사각지대 문제 제기
- 법적 대응 예고 — 고발 조치와 정부의 실효성 있는 단속·제도 정비 촉구
한의계
"판례와 유권해석이
확인한 합법 진료"
- 2022년 대법원 초음파 판결과 뇌파계 대법원 판결(2023),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 하급심 무죄 확정(2025) 등 사법부의 흐름을 근거로 제시
- 레이저침은 1990년대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온 영역이며, PDRN은 천연물 기반 물질이라는 입장
- 한의대 교육과정에 성형침구학·레이저 치료학 등이 포함돼 있어 교육 기반이 있다고 주장
- 행정법원 판결과 복지부 유권해석 등을 합법성의 근거로 제시
요컨대 의료법이 의료인 직역 간 업무 영역의 경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법부의 개별 판결이 하나씩 쌓이며 경계선이 사후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이 재판정의 시계가 시장의 시계보다 훨씬 느리다는 것이다.
"
법정의 시계는 연 단위로 움직이지만,
소비자의 시계는 결제 버튼 앞에서 3초면 끝난다.
EDITOR'S NOTE
PART 3
Column
소비자는 판결문을 읽지 않는다,
가격표를 읽는다
이 갈등의 최종 승자가 누구일지는 법원과 정부가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개원의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판결이 나오기까지의 그 긴 시간 동안, 시장은 어디로 움직이는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소비자는 직역 간 법리 논쟁에 관심이 없다. 2030 소비자가 보는 것은 '비슷해 보이는 시술'과 '5분의 1 가격'이다. 626개 한의원이라는 숫자는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수요가 먼저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도수치료 규제 때 우리가 확인했던 교훈과 같다 — 제도가 정리되기를 기다리는 쪽이 아니라, 그 사이의 공백기에 움직이는 쪽이 시장을 가져간다.
그렇다면 개원가의 대응은 무엇이어야 하나. 가격 경쟁은 답이 아니다. 30만 원짜리 시술을 6만 원에 팔아서 이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의사가 지킬 수 있는 차별점은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같은 이름의 시술이라도 결과와 안전이 다르다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하는 것. 해부학적 이해, 합병증 대처 능력, 경과 관리 — 소비자가 가격표 너머를 보게 만드는 것은 이것뿐이다.
역설적으로, 이 상황이 가장 위험한 사람은 미용을 '쉬운 부업'으로 계산하는 의사다. 주말 세미나 한 번 듣고 장비를 들여놓는 수준의 진입이라면, 소비자 입장에서 그 시술이 한의원의 5만 원짜리와 무엇이 다른지 설명할 방법이 없다. 국경선이 무너진 시장에서 어설픈 중간지대는 가장 먼저 사라진다. 미용을 하려면, 이제는 제대로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개원가가 지금 확인해야 할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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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상권의 경쟁 지도를 다시 그려라. 미용 시장의 경쟁자는 더 이상 옆 피부과만이 아니다. 반경 1km 안에서 스킨부스터·리프팅 계열 시술을 홍보하는 곳이 어디인지, 어떤 가격대로 소구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포지셔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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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격이 아니라 '증명'으로 싸울 준비를 하라. 시술 전 진단 과정, 합병증 대응 체계, 경과 관리 프로토콜 — 의사이기에 가능한 것들을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형태로 상품과 상담 동선에 녹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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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입한다면 기초부터 제대로.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 보일수록, 어설픈 진입의 대가는 커진다. 라이브 참관 몇 번이 아니라 손으로 익히고 경과까지 따라가 보는 학습 경로를 설계하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다.
국경선이 무너지는 시기는 위기이자 재편의 시간이다. 도수치료가 그랬고, 이제 미용이 그 순서에 들어섰다. 제도가 정리되기를 기다릴 것인가, 그 전에 내 진료의 차별점을 만들 것인가 —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UPDATE
발행 이후 — 전선은 셋으로 늘었다
〈피부과 옆 한의원〉 발행 이후 2주 사이, 이 갈등은 직역 논쟁을 넘어 법정·평판·산업계 세 개의 전선으로 번졌다. 타임라인을 07월 말까지 이어 붙인다.
2026. 07. 27
산업계로 번진 갈등 — 의료기기 판매 중단 논란
일부 의료기기 업체가 한의사 대상 피부미용 레이저 판매를 중단·거부하자, 한의협은 이를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법·행정적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7월 10일 7개 미용학회의 공동 경고 성명에 이어, 전선이 완전히 산업계로 옮겨붙은 국면이다.
2026. 07. 30
한의계, '무혐의 누적'을 합법성 근거로 제시
한의협은 CO2 레이저·고주파를 사용한 한의사가 고발된 사건들(2025년 3월·11월, 2026년 1월·7월)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복지부 유권해석과 함께 이를 합법성의 근거로 내세웠다. 다만 무혐의 처분은 개별 사건 판단일 뿐 판례와 같은 기속력은 없어, '반복된 관행'과 '확정된 합법'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2026. 07. 30 (07.09 선고)
법정 전선 — 한의원에 '불법' 악플 단 의사들 유죄
수원지법은 방문 사실 없이 고객을 가장해 피부미용 한의원에 '불법 시술'이라는 후기와 별점 1점을 남긴 의사 2명에게 업무방해죄로 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유죄의 근거가 핵심이다. 재판부는 한의원 시술이 무면허·불법이라는 객관적 근거가 없는데도 이를 불법으로 단정해 일반 고객을 오인시켰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한의원 시술이 합법이라서'가 아니라 '불법이라 단정할 근거 없이 영업을 방해해서' 유죄라는 논리다.
Editor's Note · Update
이 세 장면이 개원의에게 남기는 신호는 하나다. 경쟁이 격화될수록, 경쟁자를 '불법'이라 공격하는 방식은 무기가 아니라 리스크가 된다. 아직 사법부가 미용 시술기기의 적법성을 정면으로 정리하지 않은 회색지대에서, 근거 없는 단정은 오히려 업무방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결론은 다시 이 기사가 짚은 자리로 모인다. 판결이 나기까지의 긴 시간 동안 시장을 지키는 것은 상대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내 진료의 결과와 안전을 증명하는 일이다. 감정적 대응의 대가는 생각보다 크고, 그 사이에도 소비자의 결제 버튼은 3초면 눌린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의사가 레이저·초음파로 피부미용 시술을 하는 것은 합법인가?
현재는 '불법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회색지대다. 대법원은 2022년 12월 전원합의체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새 기준을 제시했고, 이후 뇌파계(2023)·엑스레이 골밀도측정기(2025)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진단·검사 기기이며, 레이저·고주파 같은 미용 '시술기기'의 적법성을 정면으로 판단한 대법원 확정판례는 아직 없다. 복지부 유권해석과 다수의 무혐의 처분이 우호적 흐름을 만들고 있으나, 무혐의는 개별 사건 판단일 뿐 판례 같은 기속력이 없어 향후 대법원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Q. PDRN '연어 약침'은 피부과 재생 주사와 같은 것인가?
성분 계열은 겹치지만 규제·시술 맥락이 다르다. PDRN·PN은 연어 DNA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피부과에서는 재생 주사로, 일부 한의원에서는 '약침' 형태로 주입된다. 의료계는 PDRN 주입을 고도의 의학적 시술로 보고 면허 범위 밖 불법이라 주장하고, 한의계는 천연물 기반 약침이라는 입장이다. 원외탕전실에서 제조된 약침액의 성분 표시 문제도 안전성 쟁점으로 제기됐다.
Q. 한의원 약침 시술가가 피부과보다 훨씬 싼 이유는?
언론 보도 기준 한의원 약침가는 피부과 재생 주사(회당 30~40만 원대)의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이다. 심평원 자료상 2025년 7월 기준 PDRN 주사제가 전국 626개 한의원에 2,234개 공급될 만큼 시장이 형성됐고, 가성비를 따지는 2030 수요가 이 가격차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수요가 먼저 움직이는 구조다.
Q. 경쟁 한의원을 '불법'이라고 온라인에 저격하면 어떻게 되나?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 2026년 수원지법은 방문 사실 없이 고객을 가장해 한 한의원에 '불법 시술' 후기와 별점 1점을 남긴 의사 2명에게 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2026.7.9. 선고). 핵심은 유죄 근거다 — 법원은 한의원 시술이 불법이라는 객관적 근거가 없는데도 불법으로 단정해 소비자를 오인시킨 점을 문제 삼았다. 적법성이 확정되지 않은 회색지대에서 근거 없는 단정은 그 자체로 법적 리스크가 된다.
Q. 개원의는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가격 경쟁은 답이 아니다. 30만 원대 시술을 5만 원대로 맞출 수 있는 구조가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의사가 지킬 수 있는 차별점은 시술 전 진단, 합병증 대응 체계, 경과 관리처럼 '의사이기에 가능한 것'을 환자가 체감하도록 상담·상품 동선에 녹이는 것이다. 국경선이 무너진 시장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어설픈 중간지대다.
참고 자료 — 서울경제(2026.5.), 의학신문(2026.5.), 메디칼타임즈(2026.5.), 이뉴스투데이(2026.5.), 청년의사(2025.1. / 2026.7.), 의협신문(2025.12.11.), 법률신문(2023.8.), 코메디닷컴(2025.1.), 대한한의사협회·대한의사협회 발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회 제출 자료(이주영 의원실). 판결 관련 — 대법원 2022.12.22. 선고 2016도21314 전원합의체 판결(초음파), 대법원 2023.8.18. 선고 2016두51405 판결(뇌파계), 수원지법 항소심 무죄 확정(엑스레이 골밀도, 2025.1.), 수원지법 업무방해 유죄(피부미용 한의원 악성 후기, 2026.7.9. 선고). 발행 이후 업데이트(2026.7.27~30)는 청년의사 등 공개 보도를 기반으로 재구성했다. 본문 수치와 양측 입장은 공개 보도를 기반으로 재구성했으며, 법적 쟁점에 대한 판단을 제시하지 않습니다.